Nirvana: Fleeting Flower Shimmering Light
Nirvana: Fleeting Flower Shimmering Light
Fleeting Flower 시리즈. 모든 것은 길고 긴 시간, 경계 없는 생명의 연속성 위에 위태롭게도 기적적으로 존재한다.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꽃들로 작품 세계가 그려진다. 피어난 꽃은 언젠가 지고 말지만, 사람이 손을 대면 금방 흩어지고 만다. 꽃들이 흩어지면 세상은 사라진다.
이토 자쿠추(伊藤若冲, 1716 - 1800)는 근세 일본의 화가 중 한 명으로 에도 시대 중기 교토에서 활동했다. 자쿠추는 화면 전체를 수만 개의 격자 모양으로 나누어 격자마다 채색하는 '격자화(升目画)'라는 특이한 표현 기법을 남겼다. 본 작품은 '조수화목도병풍(鳥獣花木圖屏風)'과 '수화조수도병풍(樹花鳥獣圖屏風)'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격자화는 하나의 격자마다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하여 사각형 안에 무늬를 그리는 기법으로, 인상주의나 점묘주의보다 앞서 시각 혼합의 광학적 현상을 의식한 표현 방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본 작품은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동식물을 입체적으로 만들고, 그 공간을 'Ultrasubjective Space'를 통해 영상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또한 작품 세계의 색을 꽃의 부분별로 분해하여 채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꽃이 빨강과 파랑으로 채색되어 있다면, 3차원 공간에서 해당 부분은 보라색이었던 곳이다.
화면 속 꽃은 고정된 채로 동물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꽃의 색채는 작품 공간과는 다른 시간 축에서 변화한다. 먼 거리에서 전체를 바라보면, 시각 혼합에 의해 높은 명도의 색채가 천천히 움직이는 공간 속 동식물 세계를 형성한다. 가까이에서 집중해 보면, 꽃을 그리는 선에 의해 분해된 채도 높은 색채는 빠른 시간 축에서 변화하는 꽃의 세계를 나타낸다. 작품 속 미세한 반짝임은 감상자의 신체 움직임에 의해 형성되는 신체의 시간 축 에 따라 변화하며, 작품 세계와 감상자 사이에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세 개의 시공간이 서로 겹쳐지며 작품을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