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고 있는가? 초점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존재하는가?
구체 안에는 물질적 실체가 있는 빛, 빛이 결정화한 것 처럼 둥그런 강한 빛이 금방 부서지면서 생기는 빛, 높은 위치에서 젤리처럼 흔들거리는 약한 빛, 그리고 주변의 환경에 의해 그 빛에 비눗방울처럼 크고 강하다, 젤리 덩어리처럼 거대하고 약하다 푸딩같은 빛, 그리고 주변 환경에 의해 생성된 무수한 빛이 뒤섞여, 계속 움직이는 빛과 움직이지 않는 빛이 교체되어 간다.
그러나, 빛의 구체와 빛의 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빛의 구체의 표면에는 유리 같은 물질은 아무것도 없고, 이 구체는 빛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물리세계에서는, 빛은 응고되지 않고, 빛이 구형의 덩어리가 되지도 않는다. 즉, 이 빛의 구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빛의 젤리도 마찬가지다.
이 빛의 구체와 빛의 젤리는 물리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인식세계에 존재하는 조각 “Cognitive Sculpture”이다. 재료는, 빛과 신체와 인식. 체험자 자신의 능동적인 신체와 인식에 의해 모양이 만들어지고, 체험자 자신의 인식 세계에서만 출현하여 존재하는 조각. 인식 상에 존재할 때에, 그것은 존재한다.
또한, 각 구체는 혼자서는 모든 빛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다른 구체들로 이루어진 환경이 각 구체 안에 무수의 빛을 만들어 낸다. 각각의 구체는 서로 다른 구체의 빛을 만들어 내는 환경의 일부가 된다. 환경이 만들어 내는 현상이, 작품을 존재하게 한다.
능동적인 신체와 인식, 환경, 그것들이 물직적 존재와는 다른,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인식과 존재를 다시 묻는다.
사람이 구체 근처에 멈춰 가만히 서 있으면, 가장 가까운 구체가 강하게 빛나고 음색을 울리며, 빛은 그 구체에서 가장 가까운 구체로 전파된다. 전파된 빛은 가장 가까운 구체로 계속 전파해 간다. 빛은 항상 가장 가까운 구체로 전파하여 각각의 구체를 한번씩 지나가, 모든 구체를 지나가는 하나의 빛의 궤적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생겨난 빛과 타인으로부터 생겨난 빛이 교차한다.
랜덤하게 보이는 구체의 배치는 사람들의 존재로 인해 생겨나는 빛이 연속되는 배치이며, 연속되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위한 배치이다.
구체적으로는, 각각의 구체에서 3차원 상에서 가장 거리가 가까운 구체로 선을 그렸을 때 시점과 종점이 같은 한붓그리기로 그릴 수 있는 선 (unicursal)이 되도록, 그리고 빛의 궤적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공간 안의 구체의 배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있다.
그 결과, 사람에 반응하는 구체의 빛은 가장 가까운 구체에 전파할 뿐인데도 불구하고, 한붓그리기처럼, 딱 한번씩만 모든 구체를 지나간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타인으로부터 생겨난 빛과 교차한다. 사람들이 자유로운 장소에서 구체와 소통하여 생겨난 빛의, 연속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품이다.